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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 불교신문 인터뷰기사[2016.07.20]


지난 5일 금산사에서 성우스님을 만났다. 초여름 장마가 한바탕 훑고 지나간 금산사는 여느때보다 맑고 청정했다. 스님은 소리나는 선풍기를 켜놓고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이메일을 점검하고 각종 서류를 훑으며 교구행정 업무에 여념이 없었다. 

-얼마 전 광주에 있는 천주교 명문사립고 살레시오고등학교가 선정한 ‘2016 자랑스런 살레시안상’을 스님 최초로 수상해서 눈길을 끌었다.

“사실 살레시오고등학교는 내 모교다. 당시 졸업생 360명 중 불자는 5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불교집안에서 자라다 보니 학교환경이 조금 낯설었지만, 감수성 예민할 때 일탈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내 기본정서를 잃지 않고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근기를 심어준 고마운 학교다. 학창시절 나름 ‘브랜드 있는 놈’이라 친구가 많았는데, 출가수행자가 된 나를 잊지 않고 이런 상을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3년 가까이 교구장 소임을 보았는데, 교구운영에 가장 중요한 근간은 무엇인가.

“사찰수입과 지출에 대한 재정흐름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무행정을 주지가 직접 챙겨야 한다. 직원들에게 맡겨 놓고 나몰라라 하면 나중에 원상회복이 어렵다. 특히 매표소 수입과 매점이나 서점, 불전함 관리가 상당히 중요하다. 사찰재원을 투명하게 해놓고, 직원 대우와 복지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금산사는 종무원 방사마다 개인용 ‘비데’도 있고 샤워시설도 갖춰져 있다. 급여를 강화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면 아무래도 종무행정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제17교구 발전 위한 중장기 계획이 있다면.

“수목장이나 가족납골묘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전주와 김제, 익산, 군산이 인접한 지리적 요건을 활용해서 1기당 150~200구 이상 납입할 수 있는 가족납골묘는 불교가 해야 할 장례문화포교라고 본다. 자손대대로 진성신도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다.”

 

-교구화합 요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불교의 역사와 전통이 유지된다면 화합이야기는 더 이상 나올 필요성도 없다. 문중 어른들을 모시고 뜻을 존중하면서 살다보면, 자연히 교구전체가 화합될 수밖에 없다. 성도 직후 부처님께서도 ‘공경하거나 존중할 바가 없는 사람은 괴롭다’고 말씀하셨다. 교구장이 먼저 매사에 양보하고 겸손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교구화합의 근본이다.”

 

-금산사는 청소년 축제나 콘서트, 연꽃문화제 등 문화포교행사가 비교적 풍성하다.

“모두 전 주지 원행스님께서 해오신 행사들을 이어갈 따름이다. 어린이에겐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고, 청소년은 청소년에, 일반인에겐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는 맞춤형 포교방법이다. 연꽃축제의 경우엔 불교색을 완전히 탈피해서 연차와 비빔밥, 짜장면 등을 서로 나누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연꽃의 진정한 의미만을 홍보할 뿐이다. 무더운 여름날 연꽃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1만여개씩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포교다.”

 

-금산사는 화엄불교대학이나 학림원 등 역사가 매우 깊고, 신심이 돈독하고 불교교리에 해박한 지식인 불자양성에 주력하는 도량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교육포교는 매우 중요하다. 불교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장시간과 적잖은 경비가 소요되는 단점도 있지만, 그보다 돈독한 신앙심을 겸비한 지성불교인을 양성할 수 있는 장점이 더 많이 산재하고 있다. 일반 통념상 감성적 종교와 이성적 종교로 구분한다. 이 양자 중 하나만 가르치면 불완전하고 독선적인 종교인이 돼버린다.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증장시키는 신도교육만이 올바른 종교인을 양성하는 참 종교교육이라 할 수 있다. 수행과 교리교육을 동시에 병행해야 교육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고, 금산사는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은사인 월주스님이 왕성한 포교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큰스님대로 큰 역할이 있고 제자는 제자대로 작은 역할이 있다. 큰스님은 국제구호사업을 하시면서도 본사의 대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훤히 꿰뚫고 계신다. 경륜과 통찰력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제가 주지로서 금산사를 지키는 것 이상으로 조실로서 금산사를 외호하고 계신다. 더욱이 종단안정과 종단발전까지도 항상 억념하고 계신다. 다만 나는 그 일부분인 본사 관리만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1년에 한번 정도만 해외출입을 하라는 큰스님의 경책대로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도량 지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러다가 해외순례와 영영 담을 쌓을까 걱정이다.(웃음)”

 

-금산사에 주지로 있는 동안 ‘이것만은 꼭 하겠다’는 계획이 있다면.

“첫째 금산사의 역사와 사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미 두 차례 세미나를 개최했고, 올 10월에 세 번째 세미나가 예정돼 있다. 둘째 재정투명화를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특히 수입의 투명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셋째 종무행정의 전산화다. 적지않은 인력과 경비가 낭비되고 있는 전자문서화를 시행하면 효율적인 종무행정이 되리라 사료된다.”

 

-최근 동국대 신임 석림동회장으로 선출됐다. 동국대 비구니 스님 수행관 재건축에도 적지않은 금액을 쾌척했다.

“1970년대 후반 동국대 재학시절 종비생으로서, 매달 총무원에서 2만원씩 받아서 책도 사보고 생활비를 충당했다. 당시로선 큰돈이다. 종단의 혜택을 받은 만큼 남다른 애종심과 애교심을 갖고 종단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석림인상’을 제정해서 동문들의 고귀한 정신을 격려하고 역사에 길이 보존할 준비도 하고 있다.”

 

-초발심시절부터 마음에 새기고 있는 원칙이 있을 것 같다.

“혼자만의 비밀을 발설하는 것이 쑥스럽지만, 원오 극근선사의 ‘생야전기현(生也全機現) 사야전기현(死也全機現)’이라는 말씀을 고이 간직하며 산다. 살 때는 온 힘을 다해서 살고, 죽을 때는 온 힘을 다해서 죽는다는 의미다. 이 가르침을 지금 이 순간도 잊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성우스님은 불교신문 독자들에게도 아낌없는 덕담을 들려줬다. “한국불교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불교신문을 더욱 사랑해주고, 지인들에게 애독을 권장해 주길 바란다”는 스님은 “잘못된 기사가 있으면 과감히 채찍질도 해주시고 좋은 인연지, 바른 동반지가 되도록 향도해주길 거듭 양청드린다”며 “불교신문이야말로 배울점이 많은 도반이자, 믿을 수 있는 든든한 선지식이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기자에게 더욱 경책이 되는 말씀이었다.

 

전주혁신도시에 ‘수현사’

명상쉼터 문화포교 주력

 


금산사에서 자동차로 20여분 달려가면 ‘전주혁신도시’에 닿는다. 2만여평의 시민공원과 대형쇼핑몰이 조성되고,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12개 공공기관이 들어서게 될 이 곳에 내년 상반기에는 ‘금산사 포교당 수현사’가 창건된다. 금산사 조실 월주스님이 4년 전 1500여평에 달하는 부지를 매입했는데, 지금은 평당 4배 이상 값어치가 올랐다.

 

금산사와 서울 영화사를 비롯한 17교구 말사에서 십시일반으로 마음을 모아 이달부터 본격적인 불사에 착수한다. 성우스님은 “고층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대형 공원과 쇼핑몰, 공기업 단지가 조성되는 곳이어서, 포교당 입지로는 최적의 환경”이라며 “그 부지를 볼 때마다 인도 코살라의 기원정사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 환희심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성우스님은 중앙승가대에서 받은 급여보시금을 모아 1억원을 개인적으로 쾌척하기도 했다.

 

성우스님은 “지하 1층 지상 4층의 포교당에는 기도와 수행은 물론 문화포교도량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시민명상쉼터, 찻집, 영화관, 공연장, 문화강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불교신문3219호/2016년7월20일자 하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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